[오마이뉴스 최윤석 기자]지난 1일 명영수 서울경찰청 경비1과장은 브리핑에서 "물대포로 시민들의 부상이 속출하고 있다"는 기자들의 지적에 대해 "물대포는 경찰 사용 장구 가운데 가장 안전하며 신체에 전혀 피해가 없다"며 "물대포를 맞고 다쳤다면 거짓말"이라고 발언했다. 오랫동안 집회와 시위가 있는 현장에서 사진 촬영하며 경찰의 진압 모습을 지켜보고 경험했던 필자는 이 언론 보도를 접하면서 실소를 금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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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11월초 한미FTA 반대 집회에 참석한 시위대 해산 작전 중 경찰이 무차별적으로 쏘아대던 물대포에 맞아 신체 일부가 시퍼렇게 피멍이 들었다. |
ⓒ 최윤석 | |
위 사진은 지난해 11월 초 한미FTA 반대 집회에 참석한 시위대 해산 작전 중 경찰이 무차별적으로 쏜 물대포에 맞아 시퍼렇게 피멍이 든 필자의 신체 일부 사진이다. 남들에게 보여주기 부끄러운 '몸매' 때문에 그동안 컴퓨터 하드 깊숙이 묻혀져 있던 나의 '부분 알몸' 사진을 공개하기로 한 이유는 간단하다. 지난 1일 새벽 거리 행진 중 경찰 살수차가 쏜 물대포에 맞은 김영권(36)씨가 '반실명 상태'에 처해 있고 물대포에 맞아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다. 하지만 경찰 수뇌부는 "물대포는 경찰 사용 장구 가운데 가장 안전하며 신체에 전혀 피해가 없다. 물대포를 맞고 다쳤다면 거짓말"이라며 변명 만을 늘어놓고 있기 때문이다. 2007년 11월 당시 경찰 버스 위로 올라가 구호를 외치는 시위대의 모습을 좀 더 사실적이고 현장감 있게 촬영하겠다는 생각으로 필자는 시위대가 점령한 바로 옆의 경찰버스 지붕으로 올라가 촬영을 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강제진압에 나선 경찰은 버스 위에 있던 시위대와 사진기자들을 향해 무차별적으로 물대포를 쏘기 시작했다. 물대포를 맞는 고통은 정말 상상을 초월했다. 정말 살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이었다. 또 계속된 물대포 세례에 숨 쉬기조차 힘들 지경이었다. 그리고 엄청난 수압에 몸이 점점 밀려 잘못하다가는 버스 밑으로 그대로 떨어질지도 모른다는 극심한 공포감에 사로잡혔다. 결국 간신히 손을 흔들며 굴욕적으로 '항복' 의사를 표하고 나서야 겨우 5분여간 계속된 물대포 세례는 끝났다.
다음날 심한 통증을 이기지 못해 웃옷을 벗고 시퍼렇게 피멍이 들어 있는 몸을 확인하는 순간 나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동안 언론을 통해 보도됐던 폭행 피해자의 사진과 하나도 다를 바가 없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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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일 새벽 서울 경복궁역 부근에서 광우병위험 미국산쇠고기 수입반대 및 재협상을 요구하는 학생들이 스크럼을 짠 채 경찰 살수차(물대포)를 맞으며 버티고 있다. |
ⓒ 권우성 | |
이처럼 경찰이 마구잡이로 쏘아대는 물대포는 또 하나의 폭력이며 물대포를 맞은 시민들은 폭행의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다. 사람의 눈을 '반실명 상태'로 만들고, 온몸에 피멍이 들 정도로 신체적 상해를 입히는 물대포가 "경찰 사용 장구 중 가장 안전하다"는 발언은 말장난에 불과하다.
명영수 서울경찰청 경비1과장께 되물어보고 싶다.
"혹시 물대포 맞아 보셨나요? 맞아 보지 않았다면 그런 말하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