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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 이야기

"팔아버리겠다고? 대우조선 매각 저지 투쟁

대우조선해양 노동자들, '일방적 매각반대' 상경투쟁

허환주 기자
kakiru1103@naver.com
  • 대우조선 매각 저지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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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일 산업은행 앞에서 대우조선노조에서는 일방적인 매각에 반대하는 결의대회를 진행했다. 이날 결의대회에는 거제도에서 500여명의 조합원들이 결합했다.
    ⓒ 민중의소리

    "아이고 말도 마이소. 아닌게 아니라 시킨 거 한 것 밖에 없는데... 회사 흑자로 만들어 놓으니 이래도 되는교?"

    김승수(53)씨는 '회사가 매각된다니 가슴아프겠다'는 질문에 대뜸 손사레를 치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만큼 회사와 정부에 대한 분노가 컸다.

    대우조선해양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이 지난 21일 매각주간사로 골드만삭스를 선정했다. 산업은행과 골드만삭스는 6월 초 매각공고를 내고 8월 중으로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본격적인 매각 수순을 밟는 셈이다. 대우종합기계가 2년 걸린 기간을 단 4개월로 압축했다.

    81년도에 대우조선해양에 입사한 김승수씨는 작금의 현실이 답답하단다. 20대에 취직해 벌써 50을 훌쩍 넘었다. 평생을 회사와 함께 해 온 그가 매각 소식을 접하고 느끼는 참담함과 분노는 클 수 밖에 없다.

    어떻게 키운 회사인데, 돌아오는게 매각이라니...

    "평생을 회사를 위해 몸바쳐 일했어요. 내 나이에 회사에서 잘리면 이제 어디로 갑니까? IMF시절 함께 회사를 살리자고 해서 시키면 시키는 대로 소처럼 일했어요. 그런데 돌아오는 건 이게 뭡니까? 엉망친창입니다. 할말이 없어요. 말못합니다. 지금 심정은..."

    노조측에서는 현재 대우조선해양이 산업은행에서 추진하는 것처럼 일괄매각 될 경우 그 규모는 8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매각 규모가 엄청나 기업을 인수한 쪽에서는 인수 후 대우조선해양을 매각하는데 끌어들인 차입금을 갚기 위해 노동자들에게 추가희생을 강요하는 수순을 밟을거라는 것이 중론이다.

    한국의 조선 3사 중 대우조선해양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들의 평균나이는 48세로 가장 높다. 아이들 뒷바라지 하느라 가장 많은 돈을 써야 하는 나이이기도 하다. 구조조정이 시작되면 평균 나이 이상은 대거 정리해고 될 것이라고 노조측은 판단하고 있다.

    IMF 시절 대우그룹 위기로 워크아웃 대상기업에 포함됐으나 노사가 힘을 모아 대우그룹 계열사 가운데 가장 먼저 워크아웃을 벗어났다. '노사 상생'이라는 찬사 뒤에 노동자들은 인건비 절감, 임금동결, 복지혜택 축소, 인원감축 등을 순순히 받아들였다.

    덕분에 2000년 당시 3조원이던 자산은 2008년 8조원대로 늘어났다. '상생'은 위기가 극복되자 끝났다. 노조와 합의 없이 회사를 매각한다는 것은 자신들의 권리를 포기하면서 위기를 극복해 낸 노동자들이 받아들이기에 쉽지 않다.

    김승수씨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는 "잘리는 것도 잘리는 것이지만 힘들게 키운 회사를 이렇게 무조건적으로 매각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토로했다.

    박 모(41)씨도 노조가 빠진채 일방적으로 진행되는 매각에 강한 분노를 나타냈다. 그는 "과거 10년동안 매각이야기는 현장에서 계속 나왔지만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매각이 이렇게 빨리 단행될 줄은 생각도 못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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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우조선
    ⓒ 민중의소리
    그는 "회사가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설 때도 노동자들에게 이렇다 할 대우 한 번 해준거 없다"며 "위기 때는 노사가 하나라며 힘내자고 했지만 위기가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식으로 회사는 일관해왔다"고 주장했다.

    매각 과정 참여 위해 노조 실력행사 계획

    노조측에서는 정부의 대우조선해양 매각을 저지하기 위해 22일 임시대의원대회를 열고 쟁의행위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본격적으로 매각에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당초 노조측에서는 우리사주에 매각지분을 나눠줄 것을 중점적으로 요구했다. 매각에 주체적으로 나서서 권리를 행사하겠다는 복안이었다. 하지만 이것은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매각주간사도 선정된 상황인지라 이것은 더욱 요원해졌다.

    대신 노조에서는 매각 과정에 노조 참여를 적극 주장하고 있다. 현장에서 조직 담당을 하고 있는 한 간부는 "매각 과정에서 노조를 배제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정부에서는 매각시 노동자들의 고용을 보장해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노조가 매각과정에 참여하려는 이유는 고용보장을 위해서다.

    그는 이번 매각이 공공부문 민영화의 신호탄이라며 "본격적으로 노조에서 힘을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민주노총 차원에서 공동대응이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23일에는 대우조선 노조 주최로 매각을 추진중인 산업은행 앞에서 매각저지 결의대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거제도에서 올라온 노조원 500여명 이외에도 민주노총 이석행 위원장을 비롯,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 홍희덕 당선자, 금속노조 정갑득 위원장, 민주노총 허영구 부위원장, 주봉희 부위원장 등이 대거 참석했다. 대우해양조선 간부의 지적처럼 민주노총에서도 대우조선해양의 매각을 공공부문 민영화의 신호탄으로 판단하고 있었다.

    이석행 위원장은 "목숨 바쳐 회사를 살려놓으니 해외투기 자본에 회사를 팔려고 한다. 회사의 주인인 노동자의 허락없인 매각도 없다"며 "이번 싸움은 민주노총이 받아안고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

    권영길 의원은 "국회가 열리면 국회 내에서 매각대챌 위원회를 구성, 매각 저지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대우조선해양의 매각은 단순히 대우조선해양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덧붙였다.

    이들은 이날 결의대회를 마치고 '해외매각 반대, 골드만 삭스 반대'라는 문구가 적힌 종이를 산업은행에 붙였다. 또한 산업은행 건물을 향해 계란세례를 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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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우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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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란투척을 하고 있는 조합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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